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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Now] 앤스로픽 IPO 2조 달러와 체감의 간극

  • 기준

안녕하세요? 정리하는 개발자 워니즈입니다.

앤스로픽 IPO 소식을 읽었는데요, 기업가치 2조 달러를 목표로 역대 최대 규모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였고, 필자가 매일 붙잡고 쓰는 도구를 만든 회사의 몸값이 그런 자리까지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꽤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주에 필자가 실제로 들여다보고 있던 화면은 개인 블로그를 사람 손 없이 굴려보려고 걸어둔 자동 운영 장치의 기록이었는데요, 장치를 키운 만큼 방문 흐름이 좋아지기는커녕 며칠째 아래쪽으로 기울어 있는 그래프를 보면서 이유를 찾던 중이었습니다. 두 화면을 나란히 놓고 나서야 필자가 그동안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숫자를 한 칸에 적어두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 시장이 매기는 값과 필자가 손으로 만지는 효용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 자동화 규모를 키운 구간에서 성과가 따라와주지 않는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 그렇다고 도구를 접을 이유는 아니었고, 두 숫자를 다른 칸에 적어두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앤스로픽 IPO가 노리는 숫자는 어느 정도 규모였나요?

앤스로픽 IPO에서 보도된 목표 기업 가치는 2조 달러이고 우리 돈으로는 약 2,780조원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상장 주관사가 잠재적 투자자를 만나 1,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39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최대 2조 달러로 평가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최대 기록은 지난 6월에 기업 가치 1조 7,700억 달러를 인정받고 857억 달러를 조달한 스페이스X인데, 논의된 조건 그대로 상장이 이뤄지면 기업 가치와 조달액이 둘 다 이 기록을 넘어서게 됩니다.

앤스로픽 IPO 추진을 다룬 보도를 읽으면서 필자가 숫자보다 먼저 눈여겨본 것은 이 값이 아직 어느 단계에 놓여 있는지였는데요, 뉴욕타임스가 21일 현지 시각으로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내용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고 앤스로픽이 수주 안에 IPO 투자설명서를 공개하고 수개월 안에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정도까지가 기사에 적힌 범위였습니다. 확정된 값이 아니라 지금 논의되고 있는 값이라는 이 성격이 뒤에서 필자가 하려는 이야기와 그대로 이어지는 부분이라서 먼저 적어두고 싶었습니다.

2조 달러라는 값은 무엇을 근거로 나온 걸까요?

몸값이 이렇게 뛴 배경으로 기사가 든 것은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였습니다. 지난달 연환산 매출이 65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월간 매출을 1년 기준으로 환산한 값이고, 지난해 90억 달러에서 일곱 달 만에 일곱 배 이상으로 급증한 수치입니다. 올해 2분기 실제 매출은 116억 달러였고 소프트웨어 개발용 AI 서비스인 클로드 코드가 개발자와 기업 고객 사이에서 이용이 급증한 것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합니다.

앤스로픽은 2021년에 오픈AI 출신인 다리오 아모데이 CEO 등이 세운 회사이고 한동안은 오픈AI의 후발 주자로 평가받았는데, 필자 같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출이 뛴 이유로 꼽힌 서비스가 하필 코드를 쓰는 도구라는 점이 꽤 실감 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층을 갈라볼 만한 값이 하나 더 나오는데요, 앤스로픽이 앞서 비공개 자금 조달에서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9,000억 달러였습니다. 이미 인정받은 값이 9,000억 달러이고 지금 논의되고 있는 값이 2조 달러라면 그 사이의 차이는 실적으로 확인된 부분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일에 걸린 기대가 채우고 있는 자리라는 뜻이 되고, 기사도 앤스로픽 IPO가 성공하면 AI 기업의 본격적인 기업 가치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까지를 함께 적어두고 있었습니다.

앤스로픽 IPO 기업가치가 놓인 세 층을 정리한 도표

필자의 자동 운영 장치는 규모를 키운 엿새 동안 오히려 조용해졌습니다

필자가 같은 시기에 붙잡고 있던 숫자는 훨씬 소박한 것이었는데요, 개인 블로그를 사람이 안 봐도 굴러가도록 자동 실행 장치를 걸어두고 엿새 동안 돌려본 기록입니다. 기대했던 그림은 장치가 성실하게 돌아간 만큼 방문 흐름이 조금이라도 위로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나온 결과는 그 반대 방향이었습니다. 자동화의 규모를 키워둔 구간에서 방문 지표의 추세가 아래쪽으로 내려가 있었고, 실행량이 늘어난 것과 성과가 붙는 것 사이에 필자가 가정하고 있던 연결이 그렇게 튼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남았습니다. 애초에 그 방문 수치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는 접속 기록을 직접 세어 사람과 봇을 갈라본 기록에서 한 번 따져본 적이 있는데요, 그때도 숫자를 올리는 일과 숫자를 읽는 일이 서로 다른 작업이라는 쪽으로 결론이 났던 것 같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 처음에 든 생각은 도구가 부족하다는 쪽이었는데요, 며칠 지나서 다시 보니 문제는 도구의 성능이 아니라 필자가 그 도구를 어디에 붙여두었는지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행량을 늘리기 쉬운 자리와 성과가 실제로 움직이는 자리가 서로 달랐고, 필자는 늘리기 쉬운 쪽에 노동을 몰아두고 있었습니다. 이때 방향을 바꾼 결정이 결국 사람 몫이었다는 이야기는 자동화를 돌려도 남는 사람 몫을 정리한 글에서 따로 다룬 적이 있고, 장치 자체가 얼마나 자주 실패했는지는 자동 실행 슬롯의 성공률을 세어본 기록에 남겨두었습니다.

시장의 기대와 필자의 체감을 나란히 놓아봤습니다

두 숫자를 같은 표에 올려놓고 보니 애초에 성격이 다른 값이었다는 게 좀 분명해졌습니다.

시장이 매기는 값필자가 만지는 효용
움직이는 속도몇 달 단위로 배수가 붙는다엿새로는 방향조차 안 잡힌다
근거매출 성장률과 비교 기업 배수눈앞의 방문 흐름과 반응
커지는 조건수요와 인프라, 가격 유지어떤 레버에 붙였는지
틀렸을 때값이 조정된다노동이 약한 자리에 쌓인다

2조 달러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매겨진 값이고, 필자의 엿새는 이미 일어난 일의 기록입니다. 이 둘을 같은 칸에 적어두면 어느 쪽을 봐도 판단이 흔들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투자 규모가 커지면 개별 사용자의 성과도 같이 커질까요?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모델이 좋아지는 일과 개인의 블로그에 사람이 더 오는 일 사이에는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선택과 그것을 어느 레버에 붙일지 정하는 배치가 통째로 끼어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 규모는 그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기는 하지만 그 거리를 대신 걸어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앤스로픽 IPO 보도를 읽으면서 필자가 챙긴 것은 그 몸값이 얼마인지가 아니라, 저 숫자가 커지는 동안 필자가 붙잡아야 하는 축은 따로 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시장 쪽 숫자는 필자가 만들 수도 없고 예측해서 득을 볼 처지도 아니니 그건 그쪽 칸에 두고, 필자의 칸에는 지난 엿새처럼 실제로 잰 값과 그것을 보고 무엇을 바꿨는지만 적어두는 편이 나아 보입니다.

그래서 기대와 실효를 다른 칸에 적어두기로 했습니다

이 글이 AI 쪽 기대치가 거품이라는 이야기로 읽히면 필자의 뜻과는 좀 다른데요, 필자는 그 도구로 블로그 운영의 상당 부분을 실제로 자동화해두고 매일 쓰고 있고 그 편익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2조 달러라는 값이 필자 손에 잡히는 성과를 보증해주는 숫자는 아니었고, 반대로 필자의 엿새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기술의 가치를 깎는 근거도 아니었습니다. 두 숫자는 서로를 증명하지도 반박하지도 않는 별개의 값이었던 것 같습니다.

앤스로픽 IPO 같은 소식을 볼 때 필자가 앞으로 해보려는 것은 기사에 나온 배수를 내 기대치로 옮겨 적지 않는 일 정도입니다. 그 대신 지난 엿새처럼 초라해도 내가 직접 잰 값을 한 칸에 남겨두고, 다음 엿새에 그 값이 어디로 움직였는지만 보려고 합니다. 시장이 매기는 값은 논의가 오가는 동안에도 두 배로 다시 매겨지기도 하지만 필자의 값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고, 애초에 그렇게 움직여야 할 이유도 없는 숫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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